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가 이제 곧입니다.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 이 상의 수상자가 누가 될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된 건 당연하겠지요?
여기저기서 보이는 후보군의 이름들을 보다보니, 현재 경제학계의 흥미로운 흐름이 보여서 이 글을 씁니다.
일단 이 글에서 후보군을 언급한 자료로 쓴 것은 래드브록스의 명단과, 로이터의 명단입니다.
1. 신자유주의가 수상할 수 있을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후보로 래드브록스에서 2대 1의 배당률을 보이는 유진 파마 교수는, 래드브록스 안에서는 가장 유망한 후보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의 '효율성 시장 이론'은 전 세계의 금융위기 이후 꽤나 타격을 받은 모양새입니다. 그 외의 신자유주의 진영로 분류되는 경제학자는, 로버트 배로나 마틴 펠트슈타인 정도? 케인지언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들은 로버트 쉴러, 윌리엄 보몰 정도기 당장 눈에 띄는군요.
한편, 로이터의 예측에서는 래드브록스와는 달리, 특정학파 분류시 케인지언으로 분류 가능한 사람이 둘 있습니다. 적정금리를 산출해내는 데 쓰는 '테일러 준칙'을 생각해낸 존 B. 테일러와 조르디 갈리가 그 둘입니다. 로이터는 그 예측이 꽤나 정확하다는 평이고 나름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예측을 하는 듯 합니다. 로이터의 예측에서 신자유주의자들이 보이지 않는 점은 꽤 흥미롭습니다.
금융위기로 인해 큰 타격을 입고 만 신자유주의가 과연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노벨경제학상이 그들을 올해 또다시 외면하게 될지, 주목됩니다. 이는 과장을 무척 섞어 말하자면, 신자유주의의 사망선고냐 신자유주의의 생존을 선고하는 것이냐를 보여주는 사건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2. 이론은 가라, 대세는 실용이다!
래드브록스에서 6대 1의 배당률을 가진 공동 3위의 후보 중 두 명의 이름이 관심을 끕니다. 에른스트 파와 윌리엄 노드하우스가 그 둘입니다.
래드브록스의 후보군 중, 에른스트 파를 위시하여 많은 학자군이 행태경제학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준 사람이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인간의 합리성'을 중요한 전제로 깔고 사고하던 경제학에게, '인간은 과연 합리적인가?'를 여러 실험을 통해서 다시 생각하게 한 학문분야지요. 요즘 세계 경제학계의 큰 열풍이라고 합니다. 과거의 유행이 게임이론이었다면, 지금은 게임이론에서 행태경제학을 접목시키는 과정인 듯 합니다. 게임이론 쪽에서 성과를 보인 학자들의 이름도 드문드문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겠지요.
윌리엄 노드하우스는 기후경제학에 대한 성과 때문에 수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듯 합니다. 기후경제학? 생소한 내용이지만, 기후가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리라 생각하면 되겠죠? 노드하우스의 관심은 경제학과 현실을 접목시키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 듯 합니다. 마틴 웨이츠만도 그 때문에 9대 1의 높은 배당을 받고 있는 듯 합니다.
에른스트 파와 윌리엄 노드하우스는 또한 로이터의 수상후보군에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들의 수상여부는 둘째치더라도, 확실히 이제 세계적인 흐름은 '이론보다는 실용'인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뭐, 실용도 실용 나름입니다만... 주어는 없습니다.
3. 노벨공로상? 노벨장려상?
버락 오바마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지구가 들썩였습니다. 음, 만약 래드브록스의 4대 1 배당을 받은 폴 로머가 이 상을 수상한다면, 경제학계는 비슷한 반응을 보일까요?
물론, 이건 농담입니다.
폴 로머는 경제성장에서 지식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연구성과로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올라선 인물입니다. 그의 업적에 대해서는 '지식경제학 미스터리'(데이비드 워시 저, 김영사)라는 책에서 잘 다루고 있습니다. 그는 충분히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노벨장려상이라는 표현을 제목에 쓴 이유는, 과거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꽤나 공로상처럼 그 상을 받아왔다는 데 있습니다.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오래 살아야 한다'라는 농담아닌 농담이 돌 정도였으니 말이지요.
올해의 수상자 예측 명단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보입니다. 꽤나 많은 이름들이 경제학 교과서에서 본 낯익은 것들이지요. 그러니 올해도 나이드신 어르신들을 위한 공로상처럼 수여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유력 후보군에 폴 로머가 있다는 점이 제 눈을 끌었습니다. 작년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1953년생이고 폴 로머는 1955년생이었습니다. 작년 폴 크루그먼이 수상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의 반응이, '받을 만한 사람이긴 한데, 좀 이른 거 아닌가?'라는 거였지요. 작년의 노벨경제학상은 과연 신자유주의와 대척점을 세웠다는 숨은 상징으로서의 수상이었는지, 아니면 경제학계의 (비교적) 젊은 인물들에게도 상을 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는지 주목됩니다.
4. 그렇다면 과연 누가 받을까?
제가 본 큰 흐름 세 가지는 '신자유주의자 대 케인지언의 대세잡기 싸움', '행태경제학, 기후경제학을 위시한 실용경제학의 도래', '젊은 피의 약진' 이 세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올해는 누가 받을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저로서는 무척 곤란합니다. 제가 예언자도 아니고 말이죠. 게다가 위의 세 흐름들은 각각 한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자 대 케인지언의 혈투는, 정치적으로 무척 민감한 사안이 될 우려가 큽니다. 이들의 싸움은 이제는 경제학자들의 학파 싸움이 아닌, 정치권의 노선 싸움, 나아가서는 이념의 싸움으로 연장되어 있습니다. 무척 민감한 사안인데, 지금같은 혼란한 시기에 노벨 경제학상의 향방이 저울추의 역할을 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니 상을 어느 쪽이건 선뜻 주기는 어렵겠지요.
실용경제학(이건 제가 만든 말입니다.) 부문은 상을 줄 만큼의 업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지금의 유행이라는 점이고, 이 유행이 계속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경제학의 틀 안에 안착하게 될지, 아니면 그야말로 정말로 한 때의 대세밖에 되지 않을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문제가 이들에게 상을 주기 애매한 이유가 될 듯 합니다.
젊은 피들에게 주려니, 과감한 선택이 될 우려가 큽니다. 버락 오바마 때문에 노벨상의 권위마저 공격받는 상황입니다. 이 역시 민감한 일이 아닐 수 없지요. 설사 그들이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해도 말입니다.
참고) 각 사이트에서 제시한 후보군 명단
래드브록스 (옆의 숫자는 배당률입니다.)
Eugene Fama 2/1
Paul Romer 4/1
Ernst Fehr 6/1
Kenneth R. French 6/1
William Nordhaus 6/1
Robert Barro 7/1
Bengt R Holmstrom 8/1
Matthew J Rabin 8/1
Jean Tirole 9/1
Martin Weitzman 9/1
Robert Schiller 9/1
Chris Pissarides 10/1
Dale T Mortensen 10/1
Xavier Sala-i-Martin 10/1
Avinash Dixit 14/1
Jagdish N. Bhagwati 14/1
William Baumol 16/1
Gene M Grossman 20/1
Martin S. Feldstein 20/1
Oliver Hart 20/1
Andrei Shoeiser 25/1
Christopher Sims 25/1
Lars P. Hansen 25/1
Nancy Stokey 25/1
Peter A Diamond 25/1
Thomas J. Sargent 25/1
Dale Jorgenson 33/1
Paul Milgrom 33/1
Elhanan Helpman 50/1
Ellinor Ostrom 50/1
Karl-Goran Maler 50/1
Oliver Williamson 50/1
Robert B Wilson 50/1
Gordon Brown 100/1
로이터
ERNST FEHR
MATTHEW J. RABIN
WILLIAM D. NORDHAUS
MARTIN L. WEITZMAN
JOHN B. TAYLOR
JORDI GALI
MARK L. GERTLER
노벨상,
노벨경제학상,
케인즈학파,
신자유주의학파,
행태경제학,
기후경제학,
실용,
젊은피,
노벨공로상,
누가상받을진,
며느리도몰러아무도몰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