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5월 16일
논어사숙록 5장 공야장 - 111.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어찌 인하다고까지야 말할 수 있겠는가?
子張 問曰 令尹子文 三仕爲令尹 無喜色 三已之 無慍色 舊令尹之政 必以告新令尹 何如. 子曰 忠矣. 曰 仁矣乎. 曰 未知 焉得仁.
자장이 여쭈었다. 영윤자문(令尹子文)은 세 번 영윤에 임명되었으나 기쁜 낯이 아니었고, 세 번 해임되었으나 화난 낯이 아니었답니다. 그리고 옛 영윤의 정사를 반드시 새 영윤에게 알려주었다는데,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충(忠)이로구나.
(자장이) 말했다. '인(仁)하다'고 할 수 있을는지요? 말씀하시다. 알지 못하겠다만 어떻게 '인(仁)하다'고까지야 하겠더냐? (배)자장이 물었다. "영윤인 자문은 세 번 영윤의 벼슬을 지냈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고, 세 번 파면되었는데도 성내는 기색이 없었으며, 전임 영윤의 정무를 반드시 신임 영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이 사람은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충성스러운 사람이다." 자장이 물었다. "어진 사람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잘 모르겠지만 어찌 어질다 할 수 있겠느냐?" (황)
자장이 여쭈었다: "영윤 자문이 세 번 벼슬하여 영윤이 되었는데도, 그때마다 기뻐하는 기색도 없었고, 세 번 벼슬을 그만두면서도 그때마다 서운해 하는 기색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맡아보던 영윤의 정사를 반드시 새로 부임해온 영윤에게 상세히 알려주었습니다. 이만하면 어떠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충성스럽다 할 만하다." "인하다고 할 만합니까?"하고 다시 여쭈니,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모르겠다. 어찌 인하다고까지야 말할 수 있으리오?" (도)
崔子弑齊君 陳文子有馬十乘 棄而違之 至於他邦 則曰 猶吾大夫崔子也 違之 之一邦 則又曰 猶吾大夫崔子也 違之 何如. 子曰 淸矣. 曰 仁矣乎. 曰 未知 焉得仁.
최자(崔子)가 제나라 임금을 죽임에 진문자(陳文子)가 마차 십승(十乘)을 두었으되 버리고 나라를 떠났답니다. 다른 나라에 이르러 말하기를, '우리나라 대부 최자와 똑같다' 하고는 떠났습니다. 어떤 나라에 가서 또 말하기를 '우리나라 대부 최자와 똑같다' 하고는 또 떠났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맑구나.
'인(仁)하다'고 할 수 있을는지요? 말씀하시다. 알지 못하겠다만 어떻게 '인(仁)하다'고까지야 하겠더냐? (배)"최자가 제나라 임금을 시해하자 진문자는 40필의 말과 10대의 수레를 가지고 있었으나 그것들을 버리고 그 나라를 떠났습니다. 다른 나라에 이르러 말하기를 '우리나라의 대부 최자와 똑같구나'하고 떠났습니다. 또 다른 나라에 이르러서도 또 말하기를 '우리나라의 대부 최자와 똑같구나'라고 말하고 떠나버렸습니다. 이 사람은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청렴한 사람이다." 자장이 "어진 사람입니까?"하고 묻자, "잘 모르겠지만 어찌 어질다 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셨다. (황)
자장은 또 여쭈었다: "최자가 제나라 임금을 시해하자, 진문자는 말 10승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부를 다 버리고 떠났습니다. 다른 나라에 이르러 말하기를, '이 나라 권력자들도 우리나라 대부 최자와 같다'하고 떠나버렸습니다. 다시 한 나라에 이르러 또 말하기를, '이 나라 권력자들도 우리나라 대부 최자와 같다'하고 떠나버렸습니다. 이만하면 어떠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청백하다 할 만하다." "인하다고 할 만합니까?"하고 다시 여쭈니,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모르겠다. 어찌 인하다고 까지야 말할 수 있으리오?" (도)
자장의 이 문답은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다. 자장은 인(仁)이란 무엇인지를 탐구하기 위해 공자에게 질문한다. 그런데 그 질문 방법은 곧장 '무엇이 인입니까?'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인물 중에서 행실이 두드러진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인이란 무엇인지를 간접적으로 파악하려 하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공자가 그러한 직접적인 질문에는 대답을 잘 하지 않았을 거라는 이유와, 자장 역시도 인이라고 하는 개념이 특정한 언어적 논리정연한 정의로는 정의될 수 없는 개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서였을 것 같다.
자장이 처음 꺼낸 인물은 영윤자문(令尹子文)이다. 영윤은 초나라의 최고 직위라는 내용을 보았다. 이에 따른다면, 그는 영윤이라는 최고직에 임명되었어도 기뻐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거기서 물러나게 되었어도 서운해하는 기색이 없었다고 한다. 그것도 세 번이나! 또한 그는 옛 영윤의 업무를 자신의 후임으로 영윤이 될 사람에게 상세히 인수인계를 하였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 공자는 '충성스럽다(忠)'고 평한다. 그가 국가에서 임금 다음가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음에도 기뻐하지 않고 물러남에서 서운해하지 않은 이유는, 그 자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있는 자리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있는 자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렇기에 그는 후임에게 전임의 업무까지 상세히 알려주어 국가 운영의 큰 흐름이 급작스레 끊기지 않도록 신경을 썼으리라. 확실히 이러한 모습은 충성스럽다 할 만하다.
그런데 공자는 왜 영윤자문(令尹子文)이 인한지는 모르겠다고 말하는가? 물론 충 역시도 인의 덕목 중 하나일 것이다. 아마도 공자는 그의 드러난 행실 한 가지만으로는 인을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충 하나만으로 인하다고 판단하기에는 공자가 비판한 관중의 예처럼 개인적으로 지위에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개인적인 행실에서 오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유명한 사람들의 전해져 오는 이야기는 항상 좋은 점이나 나쁜 점의 한 부분만 크게 부각되어 전해져 온다. 그것만으로는 인을 판단할 수 없다. 인은 평면적인 것이 아니다.
자장이 다음으로 든 예는 진문자(陳文子)이다. 그는 제나라 사람이었던 듯 한데, 제나라에 하극상이 벌어지자 자신의 재산을 모두 버리고 제나라를 떠났다. 10승의 수레를 갖추었다 하면, 그의 재산은 최소한 보편적으로 사회에서 아주 부유하고 힘이 있다고 인정받을만한, '사회 지도층' 급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나라에서 벌어진 참람한 행태를 못 견디고, 재산에는 연연하지 않고 그 즉시 다른 나라로 떠난다. 그러나 그는 두 번이나 더, 자신이 간 나라의 사람들 역시 자신이 제나라를 떠난 이유였던 참람한 자들이 전횡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물러난다. 두 나라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지만, 당시의 현실을 본다면 그가 갈 수 있는 나라는 아마 없다시피하지 않았을까? 그는 어쩌면 초야에 파묻혀서 세상을 피해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백이와 숙제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공자는 그가 '맑다(淸)'고 평가한다. 물이 깨끗하지 못하면 살지 못하는 어떤 물고기처럼 진문자(陳文子)가 처신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공자는 그 역시도 인한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맑음은 인함의 한 덕목일 수는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인하다 말할 수 없다. 맑기만 한 그의 모습 속에서, 나는 진문자(陳文子)가 제나라의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읽는다. 공자가 생각하는 군자의 모습은, 자신의 주위를 맑게 하면서 점점 세상을 맑게 만들어 나가는 모습이다. 진문자의 행태는 자신만 맑음을 유지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공자는 진문자처럼 홀로 고고하게 맑음을 유지하려는 은자들과 여러 번 접촉한다. 그러나 공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도피적인 모습을 '인하다'고는 인정하지 못했을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지만, 유가의 철학은 세속에서 벗어나 고고하게 선비의 삶을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유가의 학문은 상당히 현실 중심적으로 이상을 지향하는 학문이다. 유학에 흥미를 가진 사람으로서, 유학이 가진 현실에 대한 치열한 관심을 보이는 자세가 우리가 사는 현 시대에 점점 더 필요해진다는 생각을 한다.
# by | 2012/05/16 13:35 | (사숙록)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