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1월 07일
216. 사숙후록 후서
"당신은 이제 막 백 일 동안의 글을 마무리지었는데, 응당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하여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앉아 있는 것인가?"
무경이 말했다.
"내가 백 일 동안 글을 쓰면서 물었던 것이 '나는 왜 이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글을 다 쓰고 난 뒤 남은 것은 '내 자신이 보잘것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하고자 하는 항상심'이었다. 아! 이 두 가지는 모두 나름의 가치를 가진 마음이겠으나, 정작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거기에 남아 있지 않았다."
지켜보던 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참으로 어리석다. 그대가 글을 쓰면서 혹은 편협하게 주제를 고르기도 했고, 혹은 잡다한 생각만 던지고 말았으며, 혹은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 속에서 두 가지 마음이 남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대는 혹 사금을 캐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가? 그들은 강가에 나가 구멍이 난 체를 흔들며 가벼운 돌덩이를 흘려보낸다. 때로는 허탕을 치기도 하고, 때로는 과하게 욕심을 부리다가 체가 망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체를 열심히 움직이고 난 뒤, 거기에 남은 작은 황금 조각이 남지 않는가? 그대가 백 일 동안 열심히 체질을 하였으니, 남은 마음 두 조각이 그대가 건져올린 금 조각이 아니겠는가?"
무경이 무릎을 치며 말했다.
"참으로 그러하다. 그러나 혹여나 내가 건져올린 이 생각 두 조각이 금으로 위장한 가짜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제 내가 할 일은 더욱 생각을 정밀하게 하여 진정 순수한 금을 추출해내는 일과, 더욱 많은 금덩어리를 찾아내는 일이 아닐까 한다."
무경은 말을 마치고 새로이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 기세가 옆에서 벼락이 떨어져도 움직이지 않으려는 완고함이 보였다.
아! 백 일 이후 또 다시 백 일을 하면서 무경은 자신의 이전 백 일이 얕았음을 발견했고, 지금의 백 일 역시도 언젠가는 얕은 지경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무경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위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천하에 지극히 기쁜 일인가, 천하에 지극히 가여운 일인가?
# by | 2012/01/07 01:24 | (사숙록)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