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XX8년 12월 29일 (무경의 글)

2XX8년 12월 29일



  오늘 우주정거장에서는 아침과 점심과 저녁, 세 번의 전파 송신을 받았습니다.

 

  처음에 우주를 나갈 생각을 했을 때는 말이죠, 그 곳의 외로움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졌어요. 하지만 우주에 나가자마자 그게 엄청난 착각이라는 것을 알았죠. 지구 주위를 도는 수천수만 개의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무척 많았던 거지요. 일주일 정도 계속해서 환영인사를 받고 난 뒤에는 그저 얼떨떨하더군요. 여기가 지구인지 우주인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도대체 이 어두운 공간 어디에 외로움이 숨어 있다는 걸까? 라고요.


  그러나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는 정말로 외로운 곳입니다.


  원래대로라면 다른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의 탑승자들과 자유롭게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관제탑의 중계 하에 할당받은 통신 주파수로 필요한 메시지, 중요한 건의사항, 혹은 필요없는 잡담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회색 구름이 지구를 모두 덮고 난 뒤, 관제탑은 더 이상 제대로 된 중계 기능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분명 매일 전해 오는 ‘환희의 송가’를 보면 관제탑이 쏘아 보내는 전파 자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을 텐데 말이지요.


  지금 이 곳의 통신법은 무척 어려워졌습니다. 제가 수신하게 될 전파 채널 하나를 임의로 고정해 둡니다. 그리고 아무라도 좋으니 전파가 닿기를 바라며, 계속해서 미세하게 전파 탐색기의 주파수를 조정해 봅니다. 우연히 제가 탐색한 주파수가 상대를 찾아내거나, 상대방의 탐색에 제가 반응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찾아낸 대화 상대는, 1년이 지난 지금 고작 세 명에 불과합니다.


  일기에 이런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그 세 명 중 한 명과 조금 전에 대화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크리스마스를 잘 지냈냐고 인사를 보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일기를 쓴 건 크리스마스 다음날이었군요. ‘환희의 송가’가 지겹다고 짜증을 내었었지요. 크리스마스에 어울릴 만한 노래였는데도 말이지요.


  죄송해요, 크리스마스란 거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 저는 경제학자에게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아, ‘경제학자’는 그의 별명입니다. 대화마다 경제학 관련 이야기를 해서 붙은 별명입니다. 그래? 하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이 주는 효용보다는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까를 생각하는 게 더욱 효용이 크겠지. 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보세요, 또 효용 어쩌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잖아요.


  별 의미 없는 인사가 이어진 뒤, 경제학자가 말했습니다. 12월 31일에 말야, ‘캔들’을 켜는 건 어떨까? 캔들이요? 저는 되물었습니다. 캔들은 우주정거장과 인공위성 외부에 달린 조명 도구입니다. 크게 밝은 것은 아니지만, 외부를 수리해야 할 일이 있을 때에는 필요한 불빛을 제공해 주는 용도이지요. 그래. 12월 31일에 캔들을 켜서 주위를 환하게 밝혀 보자고. 나만이 아니라, 우주에 있는 모두가 불빛을 밝히는 거지. 그렇게 불빛이 모이면 엄청 환해질 것이고, 그러면, 혹시 알아? 저 구름 너머에서도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발견해 줄지도 모르잖아. 경제학자가 말했습니다. 저 구름 너머. 과연 우리들이 모여서 캔들을 켠다면. 관제탑이 그 불빛을 볼 수 있을까요? 아니, 혹은 지구에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를 사람들이 그걸 보게 되는 걸까요? 예전에 '눈이 온다'고 말해 준 그 사람도? 저는 아직도 그때의 메시지가 착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요? 나는 되물었습니다. 해보지 않고는 모르잖아. 경제학자의 말에 나는 그만 웃어 버렸습니다. 경제학자답지 않은 말이잖아요, 그건.


  서로 각자가 아는 다른 주파수로 이 이야기를 전해 보자고 말을 나눈 뒤 통신이 종료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주파수라면, ‘피아니스트’ 씨와 ‘수도승’ 씨가 전부입니다. 일기를 다 쓰고 나서, 저는 이 이야기를 그들에게 전해 보려고 합니다.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상당히 기뻐해 줄지, 아니면 비관적인 말투로 저까지 의기소침하게 만들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이야기는 해 보아야겠습니다. 우리가 우주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는 것을 일기에만 적어 두기에는 아까우니까요. 아니지, 그것보다는, 이야기로만 남기기는 아까우니까요.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