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XX9년 1월 1일 (무경의 글)

2XX9년 1월 1일


 

  오늘 우주정거장에서 아침과 점심과 저녁, 세 번의 전파 송신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관제탑에서 오는 음악은 ‘환희의 송가’의 그 부분입니다. 언제나와 같아요. 하지만 오늘의 기분이라면 조금은 관대하게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우주 정거장 내부의 부품 재고를 점검하는 도중에, 제가 콧노래로 ‘환희의 송가’를 흥얼거리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고 얼마나 놀랐는지요.



  작년 12월 31일, 이렇게 쓰고 보니 엄청나게 긴 시간이 흐른 것 같네요. 단지 하루 차이인데 말이죠. 하여간 어제는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비한다면 말이죠.



  아침에는 무척 우울한 기분으로 일어났습니다. 전파송신은 아침에 온 한 번이 전부였습니다. 그걸 기록한 뒤, 저는 제 우주 정거장의 캔들을 켜려고 스위치를 눌렀습니다. 그런데, 스위치를 눌렀는데도 캔들은 켜질 생각을 않았습니다. 솔직히 무척 당황했습니다. 계기판에서는 한 군데의 배선 불량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그게 왜 당황스러웠냐 하면, 그 부분을 수리하기 위해서는 우주 정거장 바깥으로 나가야 했기 때문이었거든요. 캔들은 분명 외부에서의 작업, 그러니까 수리 같은 걸 할 때 작업을 원활하게 하도록 돕는 조명입니다. 그걸 수리하기 위해서 외부로 나가야 한다니, 뭔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캔들이라는 장치엔 보조 배선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대체 이 우주 정거장을 만든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쳇. 결국 우주복에 다는 보조 조명에 의지하여 수리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1년만에 입는 우주복은 무척 갑갑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평소 같았다면 당장 수리해야 한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무척 게으른 성미라서요. 일이 닥치면 그때그때 하기보다는 최대한 뒤로 미루려고 하는 사람인걸요. 거기에 갑갑한 우주복을 입어야 하는 상황까지 겹친다면, 더 말이 필요 없을 정도지요.



  하지만 그때는 조금 달랐습니다. 나는 갑갑한 우주복을 착용하고 수리용 장비를 챙기고 머리에 보조 조명도구를 단 뒤, 우주로 나갔습니다. 당장에라도 수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의 내 머릿속에서는 수도승 씨의 말이 계속 맴돌고 있었거든요.



  캔들을 동시에 켠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거지?



  당신은 거기서 포기하고 축 늘어져 계세요. 하지만 나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어요. 난 당신처럼 나약하지 않다고요. 지금은 정확히 떠올릴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때는 그런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래요, 그건 아마 일종의 오기일 겁니다. 저는 그런 마음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악물고 캔들을 수리하러 우주로 나간 겁니다.



  고장이 난 원인은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운석 파편에라도 스친 것인지, 동체가 일그러지면서 케이블 하나가 끊어진 것 같았습니다. 교체하는 데에는 세 시간 정도면 충분할 듯 했습니다. 저는 세 시간동안 묵묵히 작업을 해 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체할 케이블의 마지막 퓨즈를 연결해야 하는 부분에서, 갑자기 머리의 조명이 픽 꺼지고 말았습니다. 보조 조명은 정말 만약의 경우에 사용하는 거라서 사용 시간은 길어야 세 시간을 좀 못 채운다, 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겁니다. 갑자기 깜깜해진 우주에서, 저는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걸 어쩌지? 이걸 어쩐다? 다시 돌아가서 조명을 충전해야 하나?



  그때, 갑자기 주위가 환해졌습니다. 나는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고, 거기서 모두를 보았습니다.



  그것은 뭐랄까, 마치 별자리를 가까이로 끌고 온 것 같달까요, 우주선의 곳곳에 박힌 캔들들이 빛을 발하면서 우주 정거장의 윤곽을 또렷하게 그리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고 사치스럽게 만든 선 긋기 놀이 교재와 같았습니다. 그런 별자리 같은, 우주 정거장과 인공위성의 자태가, 자신들에게 달린 캔들을 빛내면서 그들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켠 캔들의 불빛은 너무나 밝고 아름다워서, 저는 목적도 잊고 잠시 그걸 멍청하게 구경하기만 했습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나는 마지막 퓨즈를 연결했습니다. 모든 수리가 끝난 걸 확인한 뒤, 최대한 빨리 우주 정거장으로 귀환했습니다. 이번에는 계기판의 스위치를 누르자, 캔들이 환하게 불을 밝혔습니다. 저는 바깥으로 보이는 모두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냥 보기에도 수백 수천은 되어 보이는 불빛들이 화면 밖의 우주를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니 왠지 눈이 부셔서 눈물이 났습니다.



  오늘은 어제의 일도 있고 해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품 점검을 한 것 말고 한 일이라곤 조금 전에 수도승 씨와 연락을 한 것이 전부입니다. 수도승 씨는, 과연 어제의 불빛을 지구에서는 볼 생각이나 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아. 모두 헛수고야. 어제의 기분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런 가시돋힌 말에도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어제 캔들을 켰느냐고 나는 질문을 했고, 수도승 씨는 대답을 피했습니다.



  지금 이 기록을 남기면서도 다시 어제를 떠올리게 됩니다.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하지만 어제 눈물을 닦으면서 제가 뭔가 중얼거렸던 것 같기도 해요. 맞아요. 이제 생각이 납니다.

 
  모두, 거기에 무사히 있었군요. 정말로, 정말로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아마도, 그렇게 중얼거렸던 것 같습니다.


덧글

  • 니룬 2009/01/01 04:22 # 답글

    이..쪽으로 쓰셨군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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