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48일 - 진실한 믿음인가? (사숙록)

  한 선박 소유자는 이민선을 바다로 내보내려고 했다. 그는 배가 낡았고 처음부터 아주 잘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이 배가 많은 바다와 여러 지방을 돌아다녔고, 배를 자주 수리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이 배가 항해를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의심마저 들었다. 이 의심 때문에 그는 마음이 괴로웠고 불행했다. 그는 아주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배를 정밀 조사하고 다시 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배가 항해하기 전에 그는 이 우울한 반성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 배가 아주 많은 항해를 안전하게 통과했고 수도 없이 폭풍을 견뎌냈으며, 이 배가 항해에서 안전하게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은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는 하늘의 섭리에 믿음을 걸었다. 하늘의 섭리는 모국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더 나은 인생을 찾아가는 이 모든 불행한 가족들을 보호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건조자와 계약자의 정직성에 대해 품었던 모든 옹졸한 의심을 마음 속에서 쫓아버리려고 했다. 그런 식으로 그는 자신의 배가 아주 안전하고 항해에 적합하다는 진심어린 확신을 얻었다.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리고 예정된 낯선 새 고향에서 이루어지는 망명 생활의 성공을 바라는 자비로운 희망을 가지고 배의 출항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서 배가 대양 가운데서 침몰했을 때 보험금을 받았고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에 대해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물론 그는 틀림없이 그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유죄이다. 그가 자기 배의 온전함을 진심으로 믿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확신의 진실성은 결코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 그는 자신 앞에 놓인 증거를 믿을 권리가 없기 떄문이다. 그의 믿음은 끈기있는 조사로 성실하게 얻어낸 것이 아니라, 의심을 억눌러서 얻은 것이다.

윌리엄 K. 클리포드, '믿음의 윤리학', 칼 세이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252쪽에서 재인용

  내가 가지고 있는 진실된 믿음의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의심을 억눌러 만들어낸 믿음은 무지의 세련된 변용일 뿐이다. 나의 성실성은 믿음의 진실성의 한 요소이다. 물론 성실함이 믿음의 진실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그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지만 성실성 없는 진실된 믿음은 성립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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