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56일 - 외계인의 대리자 (사숙록)

  가끔 나는 외계인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람에게 편지를 받는다. 그들은 내게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청한다. 그래서 나는 몇 년 동안 몇 가지 질문거리를 준비하여 목록을 만들었다. 외계인은 매우 진보되어 있다. 여러분도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간단히 증명해주시오"와 같은 물음을 준비했다. 아니면 골드바흐의 억측도 괜찮다. 그런 다음에 나는 이런 것들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왜냐하면 외계인들이 우리와 똑같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수가 있는 간단한 등식을 작성한다. 하지만 한 번도 답변을 들은 적이 없다. 그에 비해 "우리는 선해야 하는가?"와 같은 것을 물어보면, 거의 언제나 답을 들을 수 있다. 이들 외계인들은 모호한 질문들, 특히 인습적인 도덕적 판단과 관련된 질문들에 대해서는 어느 것에든 답하는 것을 매우 행복해 한다. 그러나 실제로 외계인들이 대부분의 인간들이 알고 있는 것을 넘어선 무언가를 알고 있는지를 밝혀낼 실마리를 주는 특별한 물음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질문들에 대답하는 이런 차별적인 능력에서 무엇인가를 추론할 수 있다.
  외계인 납치 패러다임이 등장하기 이전에 UFO에 탔던 사람들은 핵전쟁의 위험을 경고하는 강의를 들었다고 보고했다. 요즘에 외계인들은 환경 오염과 에이즈(AIDS)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런 의문이 생긴다. 왜 UFO 탑승자들은 이 행성의 최신 문제나 긴급한 관심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가? 왜 1950년대에 CFC(플루오르화 탄화수소)와 오존층 감소에 대해서, 또는 1970년대에 HIV 바리어스에 대해서 그냥 우연으로라도 경고하지 않았을까?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118~119쪽, 칼 세이건, 김영사

  외계인의 대리자, 신의 대리자, 권력의 대리자, 지구의 대리자...... 우리는 다양한 '진실의 대리자'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경우가 있다. 사실 누구나 그런 대리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떤 사상이나 이념, 혹은 법칙과 원리과 절대적인 진실이라고 믿는다면, 그리고 그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면 나도 그런 대리자가 되는 것이다. 대리자가 된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의 대리자인가?'라는 질문과 '왜 나는 그것의 대리자가 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이 따라올 것이다. 칼 세이건의 위의 글은 후자의 질문에 대한 한 가지 예시를 보여준다.
  칼 세이건의 글을 너무 많이 인용한 듯 하여 자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책, 특히 이 책은 너무나 매력적이라서 계속해서 인용하고 있다. 이 책이 조금 더 나은 번역으로 재간되기를, 그게 어렵다면 그냥 현재 번역에서 몇몇 오탈자와 편집 오류만 잡아내서 재간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런 책이 절판이라는 것은 우리들에게 무척 큰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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