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80일 - 여섯 시 방향을 조심하라! (사숙록)

  커티나 장군은 발표 중에 잠깐 이런 말을 했다. 조사 위원회에 속한 모든 사람은 일종의 약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그 자신은 공군 우주 왕복선 프로그램 책임자였던 관계로 나사의 직원들과도 매우 가깝게 일을 했고 그래서 나사의 관리 문제에 대해서 곤란한 질문을 하기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다. 또한 샐리 라이드는 현재에도 나사에서 일을 하고 있으므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코버트 씨는 엔진과 관련된 일에 종사했는데 나사의 자문 역할을 했다는 등…….
  "나는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에 있는데 그게 내 약점이 될 수는 없겠지요." 하고 내가 말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교수님만은 흔들릴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공군에는 '여섯 시 방향을 조심하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조종사가 비행 중이라고 합시다. 그는 모든 방향을 살피면서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적기가 후방에 나타나서(여섯 시 방향, 열두 시 방향은 전방) 피격을 당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비행기는 이렇게 격추됩니다.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어딘가 교수님의 약점이 있을 터이니 찾아보도록 하십시오. 여섯 시 방향을 조심하십시오."

<남이야 뭐라 하건!> 214쪽, 리처드 파인만, 사이언스북스

  타로 카드에서 '달(The Moon)'카드의 의미 중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인물 혹은 상황 때문에 곤경에 처한다'라는 뜻이 있다. 흔히 '뒷통수 맞는다'라고도 말하는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던 것이 사실은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믿었던 안전함은 믿음에 불과했을 뿐이었거나, 그 안전함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폭우로 많은 피해가 났다. 그 피해들은 왜 난 것일까? 특히 서울의 경우, 작년 추석 연휴 첫 날에 이와 비슷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한 번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두 번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혹시라도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빈도의 폭우'라는 수식어 때문에, 그런 일을 막 겪었기 때문에 다시 그런 일을 곧 겪지는 않을거라는 안도 때문이었을까? 그런 것은 아니길 바란다. 더불어 나 역시도 내가 생각해온 기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봐야겠다. 나의 믿음이 어느 순간 내린 폭우에 의해 쓸려내려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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