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 53일 - 삼류 재산 (사숙록)

  「그러니, 이런 월말이 여섯 달만 계속되면」백작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삼류 부호는 아주 망하게 되는 거지요」
  「오!」당글라르는 창백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심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럼, 칠 개월이라고 해둡시다」백작은 여전히 같은 어조였다. 「남작께선 170만 프랑이 일곱 번 모이면 약 1,200만 프랑이 된다는 걸 생각해 본 일이 있으십니까? 그런 생각은 안했다고요? 하긴 그렇겠지요. 그런 걸 생각하다간 자본을 투자하지 못할 테니까요. 자본가에게 있어서 자본은, 문명인의 피부와도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까지는 호사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들의 신용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죽으면 가죽만 남지요. 그와 마찬가지로, 남작께서 사업을 일단 그만두시면 현실의 재산만 남을 겁니다. 이럭저럭 500~600만 프랑은 되겠지요. 왜냐하면, 삼류 재산이란 건 겉에 나타난 재산의 삼분의 일이나 사분의 일밖에 안 되거든요. 마치 기관차가 연기 속에 싸여서 커 보이지만, 사실은 간단한 하나의 기계에 지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런데 남작께선 현실 재산인 500만 프랑 중에서 거의 200만 프랑을 손해보았단 말씀입니다. 그러니, 그만큼 가상 재산이나 신용도 떨어졌을 겁니다. 다시 말하면, 당글라르 씨께선 피부가 찢어져서 출혈을 하신 셈입니다. 이런 일이 서너 차례 계속되면, 생명을 잃게 되겠지요. 그러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돈이 필요하시겠죠? 제가 빌려드리면 어떨까요?」

<몬테크리스토 백작 3> 444~445쪽, 알렉상드르 뒤마, 민음사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지금 누리는 부의 상당 부분이 신용으로 이루어져 있는 셈이다. 신용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부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위 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신용의 연기가 걷히면, 거기서 드러나는 실체는 생각보다 초라할 수 있다. 현재의 경제 위기는 그 연기가 걷히려는 데서 오는 것 같다. 과연 우리 세상의 실제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가 지금 보는 것과 그럭저럭 비슷할까? 아니면 무척 초라한 모습일까?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소설에 대해서 '재미가 엄청나기만 하다면 그것만으로도 고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소설'이라는 평을 들은 적 있다. 이 말에 충분히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이 '왜 재미있는가'는 한 번 따지고 봐야 할 것 같다. 등장인물의 다양한 개성,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큰 목적(바로 복수), 그리고 환상적인 배경, 그리고 보통 소설가들은 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까지. 이 소설의 재미는 그런 데서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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