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 35일 - 성물을 모으는 사람 (사숙록)

  가톨릭 교회와 개인 소장가들의 창고는 아직도 수십만 가지 성물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는 진짜 십자가(통나무집을 몇 채나 지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비롯해 헤롯 왕에게 학살당한 아이들의 뼈, 베드로 성인의 발톱과 뼈, 동방박사 세 명과 스데반 성인의 유골들(스데반의 시신을 완벽하게 복원하고도 남아 한 구가 더 나올 정도의 숫자다)이 보관되어 있다. 그 밖에도 성모 마리아의 모유가 담긴 병, 한때 성물 중에서도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세례 요한의 유골과 머리뼈와 신체 일부, 그리스도의 음경 표피 열여섯 조각, 막달라 마리아의 전신 유골(오른쪽 다리뼈가 두 개다), 5천 명을 먹인 후 남은 빵과 생선 조각, 최후의 만찬에서 먹다 남은 빵 조각, 그리고 그리스도의 수염 한 가닥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토리노 시에 보관된 것까지 포함해 수의 몇 벌이 보관되어 있다.
  독일에 사는 한 열성적인 수집가는 1만 7천 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교황 레오 10세는 그 독일인의 깊은 신앙심에 감동하여 그가 연옥에서 정확히 6억 9,477만 9,550일하고도 12시간 구제되었다고 선포했다. 한편 이 독일 수집가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독일 할레 시에 있는 슐로스키르헤의 지하 저장실에는 무려 성물 2만 1,483개가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폭로> 28~29쪽, 제임스 랜디, 산해

  위 글의 공격적인 어조는 일단 제쳐두기로 하자.(내가 쓰려는 글은 특정 종교를 비판하려는 목적은 아니다) 내가 위 글에 흥미를 느낀 이유는, 인간이 가진 수집욕 때문이다. 인간의 삶에서 수집이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인간은 무언가를 모으고 있다. 그 모으는 것들이 다를 뿐이다.
  위 글에서는 성물이라고 불리는 기이한 '수집'의 한 분야를 이야기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성물 수집은 서양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 동양만 보더라도 불교 관련 성물들이 얼마나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부처의 사리, 고승들의 사리, 부처와 고승들이 사용한 물건들. 이러한 것들은 종교적인 이유에서, 혹은 권력적 목적으로 수집되었다. 이러한 예는 불교만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들었던 일화 중에서는 공자가 신었던 신발에 얽힌 것이 있다.
  이러한 이야기가 생겨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실제로 어떤 위대한 인물이 있었다는 흔적이 그 유물이기 때문이다. 그 유물을 통해 사람은 본능적으로 그 위대한 인물과 동일시하거나 모방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인간이 왜 수집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 성물의 수집은 그러한 의문에 한 가지 단서를 내게 제공한다. 어쩌면 인간은 다른 이를 닮고자 하려는 욕구로 그의 일부분을 탐하였던 것은 아닐까? 그러한 욕구가 수집이라는 형태로 드러난 것은 아닐까? 이 이야기가 맞다면, 인간이 다른 누군가(혹은 무언가)를 닮고 싶어하는 욕구는 상당히 인간의 근본적인 것과 닿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여전히 무언가를 모으고 있으며, 무언가를 닮아가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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