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 46일 - 명확한 인식 (사숙록)

  미국 플로리다 주에는 아주 인기 있는 사냥개 경주가 있다. 경마와 비슷한 것으로, 트랙을 도는 사냥개들 중 한 마리에 돈을 걸어 그 개가 이기면 돈을 따는 것이다. 개들은 코가 예민하다. 개들을 달리게 하려면 사냥감이 있어야 한다. 다른 개들보다 좀더 빨리 달리면 사냥감을 잡을 수 있다는 미끼인 셈이다. 이에 따라 플로리다 경주장은 특이한 사냥감을 마련해놓았다. 바로 트랙 안에 토끼를 풀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그 토끼는 진짜 토끼가 아니라 로봇 토끼다. 털까지 입혀 모양도 그럴듯하게 만들고 진짜 토끼 냄새도 나게 만들어서 개들이 그 냄새를 쫓아 달리도록 한 것이다. 이 로봇 토끼는 중계탑에 서 있는 사람이 조종하도록 해놓았다. 사냥개들은 토끼 냄새를 쫓아 트랙을 따라 열심히 돌고 돌지만 실은 가짜 토끼를 따라다니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클리어 메리'(Clear Mary, 이름도 맑은 메리라는 뜻이니 얼마나 재미있는가)라는 사냥개가 그 즈음 매일 우승을 했는데, 암놈이었던 그 개는 아주 영리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경주가 벌어졌다. 경기 시작 소리와 함께 개들이 문을 박차고 나와 로봇 토끼를 쫓아 냅다 뛰기 시작했다. 물론 클리어 메리가 선두를 달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선두를 달리던 클리어 메리가 트랙 중간에서 갑자기 멈춰 선 것이다. 관중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놀라 일어섰다.
  "무슨 일이야?"
  "야, 이 멍청한 개야. 빨리 뛰어!"
  멈춰 선 클리어 메리는 관중석을 흘끗 쳐다보더니 다시 눈을 옮겨 앞서 뛰어가는 개들의 엉덩이를 쳐다보았다. 순간, 경기장에 정적이 흘렀다. 다음 순간 클리어 메리는 가드레일을 뛰어올라 섬광처럼 트랙 가운데로 뛰쳐나가더니 로봇 토끼를 잡아버렸다. 사람들은 이 놀라운 상황 앞에 넋을 잃었다.

<선의 나침반> 286~287쪽, 숭산 스님 지음, 현각 스님 엮음, 김영사

  사냥감을 쫓아서 죽어라 달리던 사냥개는, 달리는 걸 멈추고 주위의 상황을 확연히 인식한 뒤, 곧바로 사냥감을 잡았다. 인식 이후에는 가드레일과 트랙이라는 제약은 사라지고 '사냥감을 잡는다'는 목표만이 달성되었다.
  살아가면서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살면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리고 종종 그렇게 생각을 하기도 한다. 성공을 위해서 온갖 방법들을 설파하는 책들은 서점에 가득하며, 청춘은 이러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사람들 역시 수두룩하다. 하지만 온전한 나의 눈으로 명확하게 나와 내 주변의 상황을 본 적이 있는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 나의 아집으로 인해 '만들어진' 세상만 본 것은 아니었는가? 그 점에서 위 글의 사냥개는 나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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